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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날 위로한다

by leemisozim 2023. 4. 12.



# 나의 에필로그

첫눈이 오는 날 만나자고 하던 친구가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산타클로스 모자를 쓰고
명동에 나가자던 친구가 있었다.

남자 친구도 있던 내 친구는 그 예쁜 날들에 나를 꼭 불러내었다.
바보 같은 아픔에 한없이 갇혀 있던, 20代 그 시절 나는
친구의 밝음이 부담되어 그 만남을 거절하는 날이 많았다.
그런 날 섭섭하게 여기다가도 변함없이 연락해주고 보고파하던 내 친구.

재미있는 영화가 나왔다며, 맛집을 알아냈다며
계절이 너무 예쁘니 함께 여행을 가자며
너무 편한 바지를 사서, 네 것도 다시 하나 샀다며
스파게티를 만들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해주고 싶다며

그렇게 예쁜 이유들로 나를 만나자고 하던 내 친구.
'지금은 하늘에서 누구랑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니?'

이제는 내가 먼저 만나자 조르고 싶은데
이제는 나의 특별한 날에 꼭 함께 하고픈 너인데

이렇게 연락할 수도 볼 수도 없구나....

다정했던 내 친구야..
네가 내게 준 사랑이 너무 순수하고 예쁘고 고마워서
그 마음을 자주 부담스러워하던 그때의 내가 너무 미워서
나는 이렇게 자주 아프고 눈물이 난단다...

특히 이렇게 눈이 오는 날은 날은 말이야....
'첫눈이 와 친구야' 하는 너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추운 날 나에게 분홍 장갑 한 짝 벗어주고 잡았던
너의 작고 귀여운 손을 다시 잡아보고 싶어서.

밝은 것을 사랑하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몰랐던 못난 친구를
이해해주고 용서해 주겠니?

많이 보고싶고, 영원히 사랑한다 친구야......

<암으로 투병하다 너무도 빨리 하늘로 가버린 친구를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