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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날 위로한다 낮은 곳으로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들 내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이정하 시집중에서 2024. 10. 17.
음악이 날 위로한다. 너를 보내고 너를 보내고, 나는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찻잔은 아직도 따스했으나 슬픔과 절망의 입자만 내 가슴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어리석었던 내 삶의 편린들이여 언제나 나는 뒤늦게 사랑을 느꼈고 언제나 나는 보내고 나서 후회했다 그대가 걸어갔던 길에서 나는 눈을 때지 못했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는데 툭 내 눈앞을 가로막는 것은 눈물이었다 한줄기 눈물이었다 가슴은 차가운데 눈물은 왜 이리 뜨거운가 찻잔은 식은지 이미 오래였지만 내 사랑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내슬픔, 내 그리움은 이제부터 데워지리라 그대는 가고 나는 갈 수 없는 그 길을 나 얼마나 오랫동안 바라보아야 할까 안개가 피어올랐다 기어이 그대를 따라가고야 말 내 슬픔 영혼의 입자들이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이정하 시집중에서 2024. 10. 13.
음악이 날 위로한다. 누군가를 원하고 있기에 어디에나 바람은 분다 사람의 가슴속에서 부는 바람은 누구를 향한 갈망이 아닐까. 누군가를 원하고 있기에 내 안에서 이는 흔들림 기어이 등을 떠밀려 한 자리에 못 앉아 있게 하는 바람이 불었다 언젠가 스쳐 지나간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 안에 난 내 모든 것을 풀어 놓았다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이정하 시집중에서 2024. 10. 7.
음악이 날 위로한다. 그를 만났습니다 그를 만났습니다.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반갑게 찬 한잔 할 수 있는 그를 만났습니다 방금 만나고 돌아오더라도 며칠을 못 본 것 같이 허전한 그를 만났습니다. 내가 아프고 괴로울 때면 가만히 다가와 내 어깨를 도닥여주는 그를 만났습니다.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는 날이면 문득 전화를 걸고 싶어지는 그를 만났습니다. 어디 먼 곳에 가더라도 한 통의 엽서를 보내고 싶어지는 그를 만났습니다. 이 땅 위에 함께 숨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마냥 행복한 그를 만났습니다.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이정하 시집중에서 2024.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