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음악이 날 위로한다.

by leemisozim 2024. 9. 17.

그대에게 가자

가자.밤열차라도 타고
한 곳에 머물리 있지 않고 수년간 떠돌던 바람.
여지껏 내 삶을 흔들던 바람보다도 더 빨리.
어둠보다도 더 은밀하고 자연스럽게.

가자. 밤열차라도 타고.
차창가에 어리는 외로움이나 쓸쓸함.
다 스치고 난 후에야
그것들도 내 삶의 한 부분이었구나.
솔직히 인정하며.

가자. 밤열차라도 타고.
올 때가 지났는데도 오지 않으면
내가 먼저 찾아 나서자.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지 말고
두 팔 걷어부치고 대문을 나서자.

막차가 떠났으면 걸어서라도 가자.
늘 내 가슴속 깊은 곳
연분홍 불빛으로 피어나는 그대에게.
가서, 기다림은 이제 더 이상
내 사랑의 방법이 아님을 자신있게 말하자.
내 방황의 끝. 그대에게 가자.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이정하시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