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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날 위로한다.

by leemisozim 2024. 10. 20.

너에게 가는 것만으로도


처음에 어린 새가 날갯짓을 할 때는
그 여린 파닥임이 무척 안쓰러웠다
하지만 점점 날개짓을 할수록
더 높은 하늘로 날아 오를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삶도 꾸준히 나아가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풍성해질 수 있다는 것일 게다


맨 처음 너를 알았을 때
나는 알지 못할 희열에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곧
막막한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
내가 사랑하고 간직하고 싶었던 것들은
항상 멀리 떠나갔으므로

하지만 나는 너에게 간다
이렇게 가다 보면 너에게 당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할 기대를 가지고
내 마음이 환희로 가득 차오르는 건
너에게 가고 있다는 그 사실 때문이었다
너에게 닿아서가 아니라
너를 생각하며 걸어가는 그 자체가 내겐
더없이 행복한 것이었으므로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이정하 시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