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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날 위로한다 고백 너로 인해 외로웠다 너로 인해 쓸쓸했으며 너로 인해 가슴 아팠다 늘 비틀거렸다 중심을 잡지 못했다 꽃 피어도 그만이었고 바람 불면 더 휘청거렸다 비 내리거나  눈 오면 낙엽 지거나 별 뜰 때 그득하게 고여 오는 차디찬 눈물 너로 인해 내 온 가슴 너로 인해 내 온 생에 멍 자욱 상처투성이였지만 환희로웠다. 그리워할 수 있었고 울 수 있었다는 거 너로 인해 아팠지만 너로 인해 행복했다 그 아픔마저 나는 더없이 행복했다 괜찮아. 상처도 꽃잎이야 이정하 시집 2024. 8. 23.
음악이 날 위로한다. 비가와 원태연 버스 창에 비가 부딪힙니다 수건으로 사이드 미러를 닦는 기사아저씨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있는 남학생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 여학생 누군가의 얘기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신나게  떠들고 있는 아주머니 세명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할머니 잠꼬대를 하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할아버지 그 밖에 비를 보며 어딘가로 가는 승객들 모두 쓸쓸해 보이는건 버스 창에 부딪히는 비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버스창에  빗방울이 부딪힙니다 이제 가슴 아플 일만 남았습니다 2024. 8. 22.
음악이 날 위로한다. 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너였구나 나무 뒤에 숨어 있던 것이 인기척에 부스럭거려 여우처럼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이 슬픔 너였구나 나는 이 길을 조용히 지나가려 했었다 날이 저물기 전에 서둘러 이 겨울 숲을 떠나려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를 깨우고 말았다 내가 탄 말도 놀라서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숲 사이 작은 강물도 울음을 죽이고 잎들은 낮은 곳으로 모인다 여기 많은 것들이 사라졌지만 또 그대로인 것이 있다 한때 이곳에 울려 퍼지던 메아리의 주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무들 사이를 오가는 흰 새의 날개 같던 그 눈부심은 박수 치며 날아오르던 그 세월들은 너였구나 이 길 처음부터 나를 따라오던 것이 서리 묻은 나무가지 흔들어 까마귀처럼 놀라게 하는 것이 너였구나 나는 그냥 지나가려 했었다 서둘러 말을 타고 겨울 .. 2024. 8. 21.
음악이 날 위로한다. 욕심 비 맞고 니가 걷고 있으면 우산이 되어 줄게 옷이 젖어 떨고 있으면 따뜻한 커피가 되어줄게 커피 마시다 허전해지면 분위기 있는 음악이 되어줄게 음악 듣다 뭉클해지면 눈물이 되어줄게 울다가 누군가 그리워지면 전화가 되어출게 그 대신 있잖아 꼭 우리 집에 걸어야 돼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원태연 시집 중에서 2024.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