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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날 위로한다. 너에게 가는 것만으로도 처음에 어린 새가 날갯짓을 할 때는 그 여린 파닥임이 무척 안쓰러웠다 하지만 점점 날개짓을 할수록 더 높은 하늘로 날아 오를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삶도 꾸준히 나아가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풍성해질 수 있다는 것일 게다 맨 처음 너를 알았을 때 나는 알지 못할 희열에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곧 막막한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 내가 사랑하고 간직하고 싶었던 것들은 항상 멀리 떠나갔으므로 하지만 나는 너에게 간다 이렇게 가다 보면 너에게 당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할 기대를 가지고 내 마음이 환희로 가득 차오르는 건 너에게 가고 있다는 그 사실 때문이었다 너에게 닿아서가 아니라 너를 생각하며 걸어가는 그 자체가 내겐 더없이 행복한 것이었으므로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이정하 시집 .. 2024. 10. 20.
음악이 날 위로한다 낮은 곳으로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들 내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이정하 시집중에서 2024. 10. 17.
음악이 날 위로한다. 너를 보내고 너를 보내고, 나는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찻잔은 아직도 따스했으나 슬픔과 절망의 입자만 내 가슴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어리석었던 내 삶의 편린들이여 언제나 나는 뒤늦게 사랑을 느꼈고 언제나 나는 보내고 나서 후회했다 그대가 걸어갔던 길에서 나는 눈을 때지 못했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는데 툭 내 눈앞을 가로막는 것은 눈물이었다 한줄기 눈물이었다 가슴은 차가운데 눈물은 왜 이리 뜨거운가 찻잔은 식은지 이미 오래였지만 내 사랑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내슬픔, 내 그리움은 이제부터 데워지리라 그대는 가고 나는 갈 수 없는 그 길을 나 얼마나 오랫동안 바라보아야 할까 안개가 피어올랐다 기어이 그대를 따라가고야 말 내 슬픔 영혼의 입자들이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이정하 시집중에서 2024. 10. 13.
음악이 날 위로한다. 누군가를 원하고 있기에 어디에나 바람은 분다 사람의 가슴속에서 부는 바람은 누구를 향한 갈망이 아닐까. 누군가를 원하고 있기에 내 안에서 이는 흔들림 기어이 등을 떠밀려 한 자리에 못 앉아 있게 하는 바람이 불었다 언젠가 스쳐 지나간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 안에 난 내 모든 것을 풀어 놓았다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이정하 시집중에서 2024. 10. 7.